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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규제 리포트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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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규제 리포트 - EU AI법 ‘고위험 분류 지침 초안’ 발표

EU AI법 ‘고위험 분류 지침 초안’ 발표



1. 주요 내용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AI 법 시행을 앞두고, 어떤 AI가 사람의 안전이나 기본권을 위협하는 ‘고위험 AI’에 해당하여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되는지 그 구체적인 판정 기준을 담은 고위험 인공지능 시스템(HRAIs) 분류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첫째, AI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기술적 복잡성이 아니라 ‘개발자가 이 AI를 어떤 용도로 만들었는가(의도된 목적)’입니다. 이는 제품 설명서, 광고 문구, 기술 문서 등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평가됩니다. 따라서 범용AI(GPAI)라 할지라도 고위험 용도가 배제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면 통합 과정에서 고위험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개발사가 서비스 이용약관 등을 통해 고위험 영역 사용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단순히 문서상 명시하는 것만으로는 규제를 회피할 수 없습니다.

둘째, 기업이 스스로 “우리 AI는 안전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이를 정부 당국이 엄격하게 검증하는 감시 체계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의 AI 법안은 기업의 자율 판단의 한계를 정하지 않고 불이행에 따른 제재 규정이나 사후 규제 보완 장치가 미비한 반면, EU는 고위험 규제를 받지 않겠다고 주장하려면 그 증빙 서류(자체 평가서)를 출시 전에 당국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합니다. 만약 규제를 피하려고 고의로 허위 분류한 것이 적발되면 벌금이 부과됩니다.

셋째, 고위험 영역에 쓰이는 AI라도 실제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단순 보조 역할만 한다면 규제에서 제외해주는 ‘4대 제외 기준’을 명시했습니다. 서류 포맷을 단순히 변환해주는 단순 행정 작업, 사람이 이미 내린 결정을 수정하는 등 다듬는 작업, 과거의 결정 패턴을 사후 분석하는 통계 작업, 인간의 판단을 돕기 위해 자료를 요약하는 단순 준비 작업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다만, 사람의 성향을 분석하고 등급을 매기는 ‘프로파일링’은 이 제외 기준과 상관없이 고위험 규제를 받습니다.

넷째, 가이드라인 초안은 최근 기술 트렌드인 ‘에이전트형 AI(스스로 판단하고 협력하는 복합 AI)’를 규제할 때는 시스템 전체를 하나의 단일 AI 시스템으로 간주해 평가하도록 명시하였습니다. 이는 AI 기술을 여러 단계로 쪼개어 “각각의 모듈은 위험하지 않다”는 식으로 규제를 피해 가는 편법을 막기 위함입니다. 특히 의료기기, 자동차 안전장치, 스마트홈의 가스·보안 차단기처럼 오작동 시 사람의 신체나 재산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안전구성요소(Safety component)’에 AI가 결합된 경우 역시 단일 시스템으로 묶여 고위험 규제 대상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감독 및 개입(Human involvement)’여부가 규제를 면제받는 방패가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한국의 지침은 AI가 진단을 돕는 보조 도구에 불과하거나 관리자가 비상정지 버튼(킬스위치)을 쥐고 있으면 규제를 면제해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EU는 최근 AI의 처리 속도가 너무 빠르고 복잡해져서 사람이 최종 승인 버튼만 누르는 형태로는 위험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고 보아, 인간이 모든 건을 직접 판단(HITL)하는 방식의 위험 경감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2. 시사점 및 대응 방안

유럽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거나 현지에서 AI 기반 솔루션을 배포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국내 AI기본법의 완화된 기준에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표준이 될 EU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제품 설계 단계부터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에이전트형 AI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개별 모듈 단위의 안일한 리스크 평가를 지양하고, 시스템 전반의 결합 출력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검증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사 솔루션의 최종 출력이 EU AI법의 고위험 용도(중대한 기반구조, 채용, 금융 대출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초기 개발 프로세스 단계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둘째, 해외의 범용AI(GPAI) 모델을 공급받아 특화된 응용 서비스를 만드는 국내 이용사업자들은 자사의 지위가 고위험 서비스 ‘제공자(Provider)’로 간주될 리스크에 대비해야 합니다. 단순히 약관상 고위험 용도 제외를 명시하는 수준을 넘어, 시스템 통합 과정에서 AI의 의도된 목적이나 기능이 고위험 용도로 실질적으로 변경되지 않도록 기술적 안전장치를 구축하고 이를 증빙 문서로 남길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스마트 홈 기기, 의료 기기 등 하드웨어 결합형 AI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제품 내 AI가 ‘안전구성요소(Safety component)’로 분류될 가능성을 스크리닝해야 합니다. 단순 최적화 기능인지, 화재·가스 차단 및 돌봄 등 신체·재산 안전과 직결된 기능인지에 따라 고위험 여부가 갈리므로, 유예 시점인 2028. 8. 전까지 기존 EU 조화 법규에 따른 제3자 적합성 평가 준비 절차를 조기에 수립해야 합니다.

넷째, 국내 정부 가이드라인상의 ‘인간의 실질적 개입’만을 신뢰하여 글로벌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고 전제해서는 안 됩니다. 유럽 시장에서는 에이전트의 속도와 자율성으로 인해 인간의 직접 판단은 한계가 있다고 보므로, 사후 조사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결과 발생 이전에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사업자의 내부 거버넌스 구조와 실질적 통제 장치를 문서화하여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소 테크 기업 및 스타트업 기업은 제3자 적합성 평가 비용과 복잡한 문서화 요건이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정부의 행정·기술적 지원 예산 활용 방안을 수립해야 합니다. 또한 확정 지침 조율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기술적 특성과 실무적 애로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업계 단체 차원에서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의 전략적 접근이 권고됩니다. 이번 가이드라인 초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향후 집행위원회가 확정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토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