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분야 이슈리포트 - 국가계약 분쟁조정절차 관련 개정안 발의
국가계약 분쟁조정절차 관련 개정안 발의
법무법인 대륙아주 윤대해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김민형 변호사
1. 들어가며
국가계약 분쟁조정제도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제28 내지 31조에 근거하여, 정부조달계약 과정에서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의 행위로 불이익을 받은 계약상대방이 소송 외의 방법으로 신속하고 저비용으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DR)입니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①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조정을 받기 위하여 반드시 불이익 행위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를 거치도록 하여 분쟁 해결의 신속성을 저해하고, ② 발주기관이 조정안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기만 하면 조정안을 강제할 방법이 없게 되어 조달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26. 4. 14. 국가계약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개정안은 이의신청 필요적 전치주의(前置主義)를 폐지하고, 기존 조정 절차에 더하여 준사법적(準司法的) 성격의 재정(裁定) 제도를 새로 마련함과 아울러, 위원회의 조직 확대, 조사권 부여, 조정·재정 대리인 제도 또한 도입함으로써 국가계약 분쟁해결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고자 하였습니다.
2. 개정안의 주요 내용
가. 이의신청 전치주의(傳置主義) 폐지
(1) 현행 국가계약법은 위원회에 조정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중앙관서의 장에게 이의신청을 선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8조 제4항). 따라서 조달기업이 위원회의 조정을 받기 위해서는 이의신청의 원인 행위를 안 날부터 25일 또는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해당 중앙관서의 장에게 이의신청을 하고, 그 조치 결과를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위원회에 조정을 위한 재심을 청구하여야 합니다.
(2) 그러나, 개정안은 조달기업이 분쟁조정절차를 진행하기 위하여 반드시 이의신청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도록 이의신청 전치주의를 폐지하여 기업의 권리구제를 위한 신속성과 편의성을 한층 더 도모하였습니다.
개정안은 조달기업으로 하여금 ① 이의신청 조치 결과를 통지받은 경우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 ② 이의신청 결과를 기한 내에 통지받지 못한 경우 통지기한이 지난 날부터 30일 이내, ③ 이의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분쟁조정 대상 사유가 있었던 날부터 50일 또는 있음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위원회에 조정 또는 재정(裁定)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나. 재정(裁定) 제도 신설
(1) 현행 국가계약법상 위원회는 조정(調停)만을 처리할 수 있는데, 발주기관을 포함한 당사자가 조정 성립 후 15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야 비로소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는 구조이므로, 사실상 발주기관의 동의 없이는 실효적인 권리구제가 어렵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2) 개정안은 조정 외에 준사법적(準司法的) 성격의 재정(裁定) 제도를 도입하여, 당사자들이 위원회의 재정에 대하여 60일 이내에 재정의 대상을 원인으로 하는 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거나 철회한 경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도록 하였습니다(개정안 제28조의2 제1항, 제31조의2 제2항).
이는 현행법에서 위원회의 조정결과에 대하여 발주기관의 이의제기만으로 위원회의 조정이 구속적 효력을 갖지 못하고, 조정절차에서 이루어진 노력이 형해화되는 것을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라 할 것입니다.
다만 분쟁조정 대상 중 재정신청의 대상은 ① 보증금 국고귀속, ② 계약금액 조정, ③ 지체상금, ④ 개산계약 정산·지연배상금·선금 반환·기성대가에 한정됩니다(개정안 제28조의2 제2항). 위원회는 재정신청된 분쟁을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조정에 회부할 수 있습니다(개정안 제28조의2 제3항, 제31조 및 제31조의2).
다. 위원회의 조직 확대, 재정을 위한 조사권 및 부당 특약 심사권
(1) 현행 국가계약법상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제29조 제2항).
개정안은 위원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하여 위원 수를 30명으로 확대하여 풀(Pool)제로 운영하는 한편, 소위원회를 두어 소액 조정ㆍ재정 신청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개정안 제29조, 제31조의4 및 제31조의5).
(2) 현행 국가계약법에는 위원회의 자료 수집이나 조사 권한에 관한 규정이 없습니다. 개정안은 준사법적 성격을 가지는 재정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위원회에 재정을 위한 조사권을 부여하였습니다(개정안 제31조의3).
이에 의하면 위원회는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① 당사자·참고인 출석 요구·질문·진술 청취, ② 감정인·전문기관의 출석 및 감정·진단·시험 요구, ③ 분쟁 관련 문서·물건의 열람·복사·제출 요구 및 유치, ④ 관련 장소 출입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개정안 제31조의3 제1항). 또한 위원회는 재정신청 전에 증거 확보가 곤란한 경우 재정을 신청하려는 자의 신청을 받아 사전 조사도 할 수 있습니다(개정안 제31조의3 제4항).
(3) 현행 국가계약법에는 분쟁 발생 이전 단계에서 불공정한 계약조건 및 특약을 사전에 교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습니다.
이에 개정안은 위원회가 중앙관서의 장이나 계약담당공무원의 심사신청 또는 직권으로 계약조건 또는 특약이 부당한지 여부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위원회는 심사결과 부당한 계약조건 또는 특약으로 판단한 경우 중앙관서의 장에게 시정을 권고할 수 있습니다(개정안 제31조의5).
라. 대리인 및 국선대리인 제도
현행 국가계약법에는 분쟁조정 절차에서의 대리인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습니다.
개정안은 조정·재정의 당사자로 하여금 변호사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명시하였으며,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자 또는 사업자등록증 및 고유번호를 받은 조정·재정 신청인이 위원회에 변호사를 국선대리인으로 선정하여 줄 것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개정안 제31조의6).
이는 조정·재정의 당사자나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중소조달기업의 권리구제를 위한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라 할 것입니다.
3. 개정안의 시사점과 보완점
가. 시사점
(1) 먼저 이번 개정안은 소규모 조달기업에 대한 과도한 절차적 부담에 따라 정부조달계약 현장에서 가장 큰 불편 요인으로 지적받아 온 사항이었던, 이의신청 절차를 필수가 아닌 임의절차로 전환함으로써, 조달기업의 권리구제 지연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였습니다. 이의신청 전치제도는 소관부처인 재정경제부 역시 개정안 발의 이전인 2025. 3. 12. 이의신청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할 정도로 문제점이 현저하였던바, 개정안은 보다 확실한 조달기업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분쟁조정 제도의 구조 자체를 전면적으로 개편하였습니다.
(2) 재정의 경우 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소송을 통하여만 불복할 수 있어, 조정과 같이 발주기관의 단순한 이의제기만으로 무력화되지 않는바, 재정 제도의 도입은 조정에 비하여 절차적 완결성을 가지는 제도를 신설함으로써, 기존 조정 제도의 핵심적 한계인 발주기관의 조정 불수용으로 인한 국가계약 분쟁해결제도의 실효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입니다.
(3) 아울러 재정에 관한 위원회의 조사권 부여는 증거 비대칭 문제를 완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정부조달계약의 경우 계약이행 등에 관한 자료가 발주기관 측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위원회의 독립적 조사권은 분쟁의 실체적 진실 발견에 기여합니다.
또한, 위원회의 불공정한 계약조건 및 특약 심사는 분쟁 발생 이전 단계에서 불공정한 계약조건이나 특약을 사전에 교정함으로써, 분쟁 자체를 예방하는 기능을 합니다.
(4) 대리인 제도 도입과 함께 신설된 국선대리인 제도는 법률 지식이나 자문 비용 부담으로 인해 법률적 대응 역량이 부족했던 중소 조달기업의 권리구제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소송은 물론 분쟁조정 제도 활용조차 포기하던 중소 조달기업들의 분쟁조정 제도 접근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5) 마지막으로 이번 개정안은 국방·방산분야 소위원회와의 관계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2024. 12. 24.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으로 설치된 국방·방산분야 소위원회는 방위사업계약의 특수한 지체상금 분쟁 등을 전담해왔는데(시행령 제111조의6), 개정안이 도입하는 재정 제도 및 조사권은 증거 확인이 복잡한 방위사업 분야에서도 유효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나. 보완점
(1) 개정안은 재정신청의 대상을 보증금 국고귀속, 계약금액 조정, 지체상금, 개산계약 정산 등 금전적 분쟁으로 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나 낙찰자 결정 취소 등 비금전적 불이익이 조달기업에 미치는 실질적 타격 역시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재정신청의 대상 확대에 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2) 그리고 개정안은 재정 제도를 도입하였을 뿐 기존 조정 제도에 관한 발주기관의 수용률 제고를 위한 장치는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재정 제도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재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사항에 대하여는 여전히 조정 제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관한 발주기관의 불수용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재정 제도의 도입과 별개로, 발주기관의 조정 불수용 시 사유 공개 등 조정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방안들에 대한 검토가 병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3) 재정을 위한 위원회의 조사권과 관련하여, 발주기관인 국가가 내부 자료 제출을 거부하였을 경우의 제재 수단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개정안 제31조의3 제5항은 “조사 등의 범위·방법·절차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만 규정하여, 제재 수단에 관한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발주기관의 조사 거부에 관한 위원회의 대응 수단이 없다면 조사권 자체가 무위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사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방법을 엄밀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위원회의 부당 특약 시정 권고에 대한 발주기관의 이행 담보 장치도 필요합니다. 개정안은 위원회가 부당한 특약 등으로 판단한 경우 중앙관서의 장에게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강제력을 갖지 않는바, 특히 위원회의 직권 심사에 따른 시정 권고의 실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시정 권고의 이행 여부 모니터링 등 시정 권고 이후의 후속 절차도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