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분야 이슈리포트 - 미국 SEC의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법 적용 관련 해석지침 발표
미국 SEC의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법 적용 관련 해석지침 발표
법무법인 대륙아주 김성율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이성하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이가영 변호사
1. SEC의 해석지침 발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이하 "SEC")는 지난 10년 이상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있어 1946년 연방대법원의 판례법리에 의해 형성된 Howey Test를 적용해 왔습니다. Howey Test는 '타인의 필수적인 경영 노력으로부터 발생되는 이익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기준으로 투자계약(증권) 여부를 판단합니다. SEC는 2017년 'The DAO Report' 발간 이후, 맞춤형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기보다는 주로 소송과 집행을 통한 규제(Regulation by Enforcement)에 집중해 왔으며, 이로 인해 2차 시장(유통시장)에서의 증권성 판단 등에 법적 불확실성이 존재했습니다.
이에 SEC는 2026. 3. 17. 가상자산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는 공식 해석지침(Application of the Federal Securities Laws to Certain Types of Crypto Assets and Certain Transactions Involving Crypto Assets, Release No. 33-11412, 이하 "SEC 해석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지침은 기존의 '집행 중심 규제'에서 벗어나, 가상자산을 5가지 범주로 분류하는 토큰 분류체계(Token Taxonomy)를 도입하고, 투자계약의 대상이었던 가상자산이 증권법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분리(Separation)'의 법리를 최초로 공식화했습니다.
2. SEC 해석지침의 구체적 내용
(이하의 내용은 SEC 해석지침의 Fact Sheet를 중심으로 일부 해석지침 원문의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가. 가상자산의 구분 및 증권 해당 여부
SEC는 가상자산의 특성, 용도 및 기능에 따라 다음 5가지로 분류했습니다.
(1) 디지털상품(Digital Commodities) - 증권 아님:
네트워크의 프로그램적 운영과 수급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며, 타인의 경영상 노력에 의존하지 않는 자산(예시: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리플(XRP), 아발란체(AVAX), 에이다(ADA), 도지코인(DOGE), 폴카닷(DOT) 등).
(2) 디지털수집품(Digital Collectibles) - 증권 아님:
예술작품, 밈, 게임 아이템 등 수집 및 사용을 목적으로 설계된 자산(예시: 크립토펑크(CryptoPunks), 크로미 스퀴글(Chromie Squiggles), 팬 토큰(Fan Tokens), WIF 등).
(3) 디지털도구(Digital Tools) - 증권 아님:
멤버십, 자격 증명, 신원 배지 등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자산(예시: 이더리움 네임 서비스(ENS) 도메인 이름, CoinDesk의 마이크로코즘(Microcosms) NFT 티켓).
(4) 스테이블코인(Stablecoins) - 조건부 증권 아님:
지니어스법(GENIUS Act)에 따라 허가된 발행자가 발행하는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은 증권 정의에서 제외됨.
(5) 디지털증권(Digital Securities) - 증권:
법률상 증권의 성격을 가진 금융상품이 블록체인상에 토큰화된 자산으로 증권법의 적용을 받음.
나. 투자계약증권에서의 분리(Separation)
SEC는 초기에 발행자의 진술 또는 약속을 통해 금전투자가 유인된 비증권성 가상자산이 어떻게 투자계약에 해당하게 되는지와, 투자계약의 성립에 필요한 진술 또는 약속의 성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더 이상 투자계약에 해당하지 않게 되는 경우(진술, 약속의 이행 또는 실패)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비증권성가상자산도 경우에 따라 투자계약의 매개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일정한 조건 하에서는 투자계약으로부터 분리되어 투자계약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1) 투자계약의 성립
SEC는 비증권성 가상자산이 투자계약의 대상이 되는 상황을, 발행인이 공동사업에 대한 금전 투자를 유도하면서, 자신 또는 자신을 대신하는 자가 수행할 본질적 경영상 노력(essential managerial efforts)에 관한 진술·약속을 하고, 구매자가 그로부터 합리적으로 이익을 기대하는 경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진술이나 약속에 관한 구체적 설명으로, (i) 그 출처(source)는 원칙적으로 발행인 또는 그 계열사·대리인·프로모터가 한 진술이어야 하고, 제3자의 말은 원칙적으로 제외되지만 발행인과의 공모나 권한 부여가 있으면 예외가 될 수 있습니다. (ii) 시점(timing)은 구매자 기대 형성 이전 또는 적어도 동시여야 하므로, 사후적 발언만으로 과거 매매를 투자계약으로 바꾸지는 못합니다. (iii) 전달방식(manner)으로는 계약서, 직접 커뮤니케이션, 규제서류, 백서, 발행인의 웹사이트나 공식 SNS 등 정기적 공식 소통채널이 중시됩니다. (iv) 진술 또는 약속이 상세한 마일스톤, 일정표, 인력에 관한 정보, 자금조달원, 마일스톤 달성에 필요한 기타 자원, 가상자산 보유자가 그러한 노력으로부터 어떻게 이익을 얻는지 등에 관한 구체적 설명을 포함한 사업계획이 전달되는 경우 합리적 이익 기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투자계약으로부터의 분리(Separation)
주목할 점은, SEC는 해석지침에서 비증권성 가상자산이 처음에는 투자계약의 대상이었더라도 영구히 그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SEC는 구매자가 더 이상 발행인의 본질적 경영상 노력과 해당 가상자산을 연결해 합리적으로 이익을 기대하지 않게 되면, 그 가상자산은 발행인의 진술·약속으로부터 분리되어 더 이상 연방증권법의 투자계약 규율 대상이 아니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Separation은 가상자산의 인도 시점에 발생할 수도 있고, 미래의 어느 시점에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우선, 발행인이 약속한 본질적 경영상 노력을 이행한 경우로서, 가령 기능 구현, 로드맵상 개발 마일스톤 달성, 관련 코드 오픈소스화 등을 완료하면 더 이상 그 노력에서 나오는 이익 기대가 유지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발행인이 약속을 더 이상 이행할 수 없거나 이행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개발을 사실상 포기하고 이를 널리 공표하면, 투자자는 더 이상 과거의 약속이 토큰에 연결돼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위 두 경우에는 해당 가상자산은 투자계약으로부터 분리(Separation)됩니다.
다만 SEC는 Separation이 인정되더라도, 발행자의 초기 발행 단계의 등록의무 위반이나 사기·허위진술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님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다. 스테이킹 등에 대한 증권법의 적용
SEC는 일정한 전제하에 protocol mining, protocol staking, wrapping 등은,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운영을 위한 행정적·기술적·수행적(administrative or ministerial) 행위이고 수익도 제3자의 본질적 경영상 노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프로토콜 규칙에 따른 보상이라는 이유에서, 증권의 모집·매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일정한 airdrop은 Howey Test의 첫 번째 요소인 금전등의 투자 자체가 충족되지 않으므로 투자계약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는 수령인이 돈·재화·용역 기타 대가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에 한정되고, SNS 홍보(발행인 팔로우, 리트윗), 버그 수정, 소개나 추천행위 등 서비스를 대가로 요구하는 airdrop은 위와 같은 해석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3. 시사점
가. 증권성 판단에 관한 세부기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위원회는 2022년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에서, 증권성은 방법·형식·기술과 관계없이 권리의 실질을 기준으로 사안별로 판단해야 하며, 투자자의 수익에 사업자의 전문성·사업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하거나, 사업자의 운영시장 성패가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사업자의 노력·능력을 통해 가격상승을 합리적으로 기대하게 하는 경우 투자계약증권 인정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서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미국 판례법리인 Howey Test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과 상당히 유사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번 SEC 해석지침은 투자계약이 적용되기 위한 발행자의 진술이나 약속에 관하여 상세한 설명을 포함하고 있고, 그러한 판단기준 또는 예시적 설명이 향후 우리나라에서 증권성 판단에 관한 세부기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발행자의 진술이나 약속의 출처, 전달방식, 구체성 등에 관하여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바, SEC 해석지침이 국내에서의 판단기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나. 투자계약으로부터의 분리에 따른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SEC 해석지침은 발행 초기 투자계약이었더라도 이후 시기별로 투자계약에서 분리될 수 있음을 천명하고 있고,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가상자산의 유통 등에 있어 증권법 규제를 받는지에 있어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그간 발행 초기를 기준으로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였고 시기별로 증권성 여부가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중점을 두지 않았으나, 향후 다양한 유형과 내용의 가상자산이 등장한다면 SEC 해석지침과 같은 정밀한 적용기준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젝트형 토큰, 조각투자형 권리, 수익연동형 디지털 권리 등의 경우 시기별로 증권성 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그에 따라 초기 공모단계의 공시·권유 규제와 후속 유통단계의 규제가 달라져야 할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 조속한 가상자산 후속 입법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의 구분, 발행, 유통 등에 관한 2단계 입법이 지연되고 있어, SEC 해석지침이 국내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특히 가상자산의 구분 및 증권성 여부, 스테이킹 등 행위에 대한 증권성 여부 판단은 국내에서도 중요한 법적쟁점이지만 후속 입법에 따라 SEC 해석지침과 다른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금년 초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분산원장을 증권 계좌부로 활용하는 토큰증권 제도와 함께, 기존에 유통이 제한되던 투자계약증권의 증권사 중개 유통 허용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에 발맞추어 가상자산의 분류에서부터 발행, 유통, 공시 및 사업자 진입규제 등을 포괄하는 이른바 2단계 입법이 조속하게 이루어져,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안정된 제도적 기반 하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