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분야 이슈리포트 - 상생협력법 개정으로 인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
상생협력법 개정으로 인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
법무법인 대륙아주 이신정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나희수 변호사
1. 들어가며
기술탈취 관련 소송에서 침해 사실 및 손해 입증에 필요한 핵심 증거는 대부분 대기업이 보유하는 반면,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은 이를 소송 과정에서 확보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습니다. 종래 민사소송법상 제도인 문서제출명령이나 사실조회 등의 수단은 상대방이 비협조적이라면 그 실효성에 한계가 있었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주장을 입증하는데 실패하는 사례가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이라고 합니다)은 ‘전문가 사실조사’, ‘자료 보전명령’ 제도와 ‘당사자신문 제도’ 등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였고, 위 개정안은 2026. 1. 29.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이하에서는 이번 상생협력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드리겠습니다.
2. 상생협력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가. 전문가 사실조사 제도 도입(안 제40조의6 등)
전문가 사실조사 제도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적인 조항으로, 기술자료 유용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전문가를 지정하여 상대방의 사업장에 직접 출입하고 자료 열람·복사, 장치 작동·계측·실험 등 포괄적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① 상대방 당사자가 기술자료 유용행위를 하였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고, ② 조사의 필요성에 비해 상대방의 부담이 과중하지 않으며, ③ 다른 수단으로 증거를 수집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조사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안 제40조의6 제1항 각호).
상대방 당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전문가의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경우, 법원은 신청 당사자가 증명하고자 하는 사실에 관한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안 제40조의6 제11항) 나아가, 상대방 당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전문가의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경우, 법인의 경우 1억 원 이하, 법인의 임원·종업원 등의 경우 5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습니다(안 제43조 제5항).
전문가 조사의 대상 및 범위에서 변호사법 제26조의2에 따른 의사교환 내용 또는 서류나 자료는 명시적으로 제외됩니다(안 제40조의7 제1항).
이는 최근 변호사법 개정으로 도입된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CP)과 연동된 규정으로,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의 적용을 받는 문서가 조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취지인 것으로 보입니다.
나. 자료보전명령 제도 도입(안 제40조의11 등)
개정안은 위반행위의 존재 여부 증명 또는 손해액의 산정에 필요한 자료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하여 자료보전명령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법원이 자료보전명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① 자료보전명령의 대상이 될 자료를 특정하기에 충분한 사실과 ② 명령을 하지 않으면 신청인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합니다(안 제40조의11 제1항 각호).
자료보전명령에 따르지 않은 경우, 법원은 해당 자료에 관한 신청당사자의 주장을 진실로 인정할 수 있으며(안 제40조의11 제6항), 자료보전명령을 위반하여 자료를 고의로 훼손하거나 사용 불능 상태로 만든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안 제41조 제4항).
자료보전명령이 있은 후 7일 이내에 신청 당사자가 본안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법원은 2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소 제기를 증명하도록 명하여야 합니다(안 제40조의11 제9항) 기간 내에 이를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 법원은 직권 또는 상대방 당사자의 신청으로 자료보전명령을 취소하고 비용 부담을 명할 수 있습니다(안 제40조의11 제10항).
다. 당사자신문 제도의 도입(안 제40조의12 등)
기술자료 유용행위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양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결정으로, 위반행위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과 관련된 사실이나 자료 검증에 필요한 사람(당사자 포함)을 대상으로 상호 신문을 허용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변호사가 선임된 양 당사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 진술인의 수, 신문의 범위∙방법∙장소 등이 상대방 당사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야기하는지 여부와 자료나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의 검증 또는 자료의 보전을 위해서 필요한 사항인지 여부를 고려하여 당사자 상호간에 신문을 허용할 수 있습니다.
일방 당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거나 선서·진술을 거부하는 등 신문 절차를 방해하는 경우, 법원은 ① 진술인이 진술할 내용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로 인정하거나, ② 진술인이 진술할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고, 진술로 증명할 사실을 다른 증거로 증명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소명되는 경우 증명할 사실에 관한 상대방 당사자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재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안 제40조의12 제11항 각호).
라. 기술자료 유용행위 보호범위 확대(안 제25조 제2항)
현행 상생협력법은 위탁기업의 기술자료 유용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는 수탁∙위탁거래 관계 계약에 체결된 이후 이루어지는 행위만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어, 수탁∙위탁거래 계약 체결 전 단계에서는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이번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제25조 제2항을 개정하여 기술보호 범위를 수탁∙위탁거래 계약 체결 이전 단계까지 확대하였습니다.
3. 시사점
기술자료 유용 사건에서 가장 큰 장애요소는 피해 기업이 침해 사실 및 손해액을 입증하기 위하여 필요한 핵심 자료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 사실조사, 자료보전명령, 당사자신문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피해 기업이 소송 단계에서 상대방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 등에 접근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해졌습니다. 이번 개정안으로 인하여 그간 기술을 탈취당하였음에도 소송을 포기했던 수탁기업들의 소송 제기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위탁기업의 입장에서는 내부 기술자료, 연구개발 자료, 의사결정 자료 등이 전문가 조사나 자료보전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자료가 외부에 노출되는 등의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개정안은 공포 후 2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시행되는바, 위탁기업으로서는 유예 기간 내에 기술자료 수령·보관·접근 관리 프로세스 점검, 수탁기업 기술자료와 자사 기술자료의 분리 관리, 기술자료 활용 이력 관리, 기술자료 활용 목적·범위에 관한 위·수탁거래 계약 조항 정비 등 기술자료 관리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여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특허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법안이 발의되어 있으므로, 향후 입법 동향 역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