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분야 이슈리포트 - 2026 대한상사중재원(KCAB) 국제중재규칙 개정: 주요 개정 사항 및 시사점
2026 대한상사중재원(KCAB)국제중재규칙 개정: 주요 개정 사항 및 시사점
법무법인 대륙아주 김경 외국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정혜지 외국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박희제 외국변호사
1. 배경
대한상사중재원(KCAB) 국제중재센터는 2026. 1. 1.부터 시행되는 국제중재규칙 전면 개정안을 공식 발표하였습니다. 이번 개정은 2016년 국제중재규칙 제정 이후 10년 만에 이루어진 전면 개정으로서, 국제중재절차 전반에 걸쳐 전문성과 신뢰성은 물론 신속성과 효율성까지 함께 제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은 2022년 발족한 규칙개정위원회가 국제중재 실무가, 중재인 및 이용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마련한 것으로, 단순한 조항 수정을 넘어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혁신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KCAB 국제중재규칙을 적용하기로 한 사건 중 2026. 1. 1. 이후 제기되는 모든 사건에는 개정된 규칙(이하 “개정 규칙”)이 적용됩니다.
이러한 전면 개정에 따라, 향후 KCAB를 통해 진행되는 국재중재의 절차적 운영, 중재인의 구성, 비용 체계 및 판정 방식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2. 주요 개정 사항
가. 국제중재심판원(International Arbitration Court) 도입
이번 개정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는 국제중재심판원(International Arbitration Court)의 신설입니다(제1조 제3항). 국제중재심판원은 중재인 선정(제12조 제2항 및 제5항), 기피(제14조 제2항), 교체 및 해임(제15조), 중재판정부 구성 전 당사자 추가(제21조), 당사자의 요청에 따른 중재의 병합(제23조), 중재비용 결정(제54조 제9항) 등 주요한 절차적 결정을 투명하고 일관성 있게 판단하기 위하여 설치되었습니다. 종래에는 사무총장의 지휘하에 사무국 중심으로 절차가 운영되었으나, 개정 이후에는 국제중재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중재심판원이 주요 절차적 의사결정을 주도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절차 전반에 걸쳐 보다 고도의 전문적 판단이 가능해짐은 물론, 결정의 일관성과 신뢰도 또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 중재인의 다양성(Diversity) 강화
개정 규칙은 중재인 선정 시 경험, 국적, 거주지 및 직무 수행 가능성과 더불어 다양성(Diversity)을 고려할 것을 명시적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제12조 제7항 및 제8항). 또한, 중재인 후보자는 기존의 공정성 및 독립성 진술서에 더하여, 중재 절차 수행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음을 확약하는 ‘직무수행 가능성 진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제10조 제2항). 이와 연계하여 직무 수행 불능 상태나 부당한 지연이 중재인 기피 신청 사유로 추가되었습니다(제14조 제1항).
다. 판정서 초안(Draft Award) 제출 및 검토 제도의 도입
중재 판정의 신뢰도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하여 판정서 초안 제출 및 검토 절차가 도입되었습니다. 개정 규칙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변론 종결일 또는 최종 서면 제출일 중 늦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판정서 초안을 사무총장에게 제출해야 하며, 사무총장 또는 국제중재심판원의 검토 후 15일 이내에 최종 판정서를 확정하여 제출해야 합니다(제39조 제2항).
사무총장은 접수된 판정서 초안의 형식적 수정을 제안할 수 있으며, 중재판정부의 판단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체적 사안에 대해 주의를 환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안의 복잡성이나 반대 의견의 존재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사무총장의 결정으로 해당 초안을 국제중재심판원에 회부해 검토를 거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였습니다(제40조). 이는 판정의 논리적 일관성을 확보하고 향후 집행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평가됩니다.
라. 중재비용 관련 제도 개선
중재비용 체계가 전면적으로 재설계됨에 따라 예납금 및 비용 총액에 관한 결정권이 사무총장 및 국제중재심판원으로 이관되었으며, 관리요금을 포함한 중재비용 분담 방식 또한 한층 유연하게 개편되었습니다. 기존 규칙이 패소자 부담 원칙하에 쟁점별 승패나 절차 지연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중재판정부의 재량을 인정했다면, 개정 규칙 제55조 제2항은 패소자 부담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각 당사자의 절차 진행 중 행위를 비롯한 사건의 제반 정황을 고려하여 중재비용을 적절히 분담시킬 수 있도록 중재판정부의 권한을 더욱 폭넓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재인의 보수와 관련해서도 분쟁 금액이 큰 경우, 중재인의 보수를 시간당 보수로 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근거가 새롭게 마련되었습니다(별표2). 아울러, 제3자 자금 조달(Third-Party Funding, TPF)에 관한 통지 의무가 새롭게 규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당사자는 청구 또는 방어를 목적으로 제3자와의 자금 지원 약정을 체결한 경우, 해당 지원자의 존재 및 신원을 지체 없이 사무국과 중재판정부, 그리고 상대방 당사자에게 통지해야 합니다(제10조 제5항).
마. 간이절차(Fast-Track Procedure) 및 신속절차(Expedited Procedure) 재편
이번 개정은 간이절차를 신설하고 기존의 신속절차를 재정비함으로써, 중재 절차의 신속성과 효율성 제고에도 역점을 두었습니다.
새롭게 도입된 간이절차는 분쟁금액이 5억 원 이하이거나 당사자 합의가 있는 사건을 대상으로 합니다. 간이 절차에 따라, 중재판정부 구성일로부터 3개월 이내 판정을 내려야 합니다(제53조 제1항). 신속절차는 분쟁 금액이 5억 원을 초과하고 40억 원 이하인 사건에 적용되며, 중재판정부 구성 후 6개월 이내 판정을 내려야 합니다(제45조 제1항). 이와 같이 분쟁 금액에 따른 절차를 운영함으로써, 절차적 편의를 도모하고 시간 및 비용 측면에서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바. 중재인 지명 및 구성 절차의 단축
개정 규칙은 절차 전반에 걸쳐 단계별 기한을 단축시킴으로써 신속한 절차 진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였습니다.
국제중재심판원이 단독중재인에 의한 분쟁 해결을 결정한 경우, 당사자들은 해당 통지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또는 사무국이 정한 추가 기간 내)에 공동으로 중재인을 지명해야 합니다(제12조 제1항). 또한, 3인 중재인 사건에서는 신청인이 통지 후 15일 이내에 중재인을 지명해야 하며, 피신청인 역시 신청인의 지명 사실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중재인을 지명하도록 규정하여 당사자의 지명 권한과 기한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제12조 제4항). 또한, 처음 두 명의 중재인이 선정된 이후 당사자들이 별도의 지명 절차를 합의하지 않은 경우에는 국제중재심판원이 직접 의장중재인을 선정하게 됩니다(제12조 제5항).
사. 조정 절차(mediation procedure)의 도입
중재 절차 진행 중인 단계에서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분쟁의 전부 또는 일부를 종결할 수 있도록 조정 절차가 도입되었습니다(제16조 제6항). 이에 따라 당사자들은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조정규칙 또는 상호 합의한 조정 절차에 따라 중재와 조정을 병행하여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 전자적 절차 도입
개정 규칙은 전자적 절차를 도입함으로써 국제중재 환경의 디지털 전환 흐름을 적극 반영하였습니다. 그간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이메일 등 전자적 통신 수단에 의한 서면 제출과 사무국 및 중재판정부의 통지 및 교신 절차를 명문화함으로써 절차적 근거를 확립하였습니다(제4조 제1항 제1호).
또한, 절차적 효율성을 제고하고 환경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전자적 교신 및 서류 접수, 전자적 증거 제시 등 최신 기술 활용을 장려하는 규정을 신설하였고(제16조 제4항), 정보 보안에 관한 절차적 의무를 명시하였습니다(제60조).
자. 다수당사자 및 복수계약 분쟁 절차의 정교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분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절차적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규정이 정비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당사자의 추가(제21조), 복수계약에 따른 단일 중재(제22조), 중재의 병합(제23조), 병행 절차(제24조) 등 각 사안에 따른 요건이 구체화되면서 복잡한 분쟁에서도 절차적 효율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3. 영향 및 시사점
이번 개정은 절차의 신속화, 판정의 품질 제고, 디지털화, 중재인 선정 제도 및 비용 체계의 정비 등 국제중재 이용자들의 핵심 요구사항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평가됩니다.
이에 따라 KCAB 국제중재규칙 하에서 국제중재를 진행하는 당사자들은 보다 예측 가능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기업과 실무가들은 개정 규칙의 주요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국제계약 체결 시 중재조항 설계 및 분쟁 대응 전략 수립에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