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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노사경영연구소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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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노사경영연구소 이슈리포트 -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도입의 쟁점과 전망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도입의 쟁점과 전망


법무법인 대륙아주 오길성 연구소장
법무법인 대륙아주 김보훈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최낙현 노무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백현주 노무사




1.  왜 지금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인가

  정부는 근로기준법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원칙은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성별 임금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으로만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사이의 임금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면서, 이를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일반 원칙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제100호 협약과 유엔 사회권규약 등 국제 규범도 동일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국정과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가 여전히 지배적인 한국의 현실에서, 동일한 가치를 지닌 노동임에도 구조적인 임금 차별이 발생한다는 점이 정책 추진의 핵심 문제의식입니다.




2. 법제화 논의와 판례의 흐름


  이번 개정안은 고용형태와 계약유형을 불문하고,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근로기준법에 명시하려는 것입니다. 직무 수행에 필요한 기술과 노력, 책임과 작업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동의 가치를 판단하도록 하고, 파견이나 간접고용 근로자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다만 위반 시 어떤 제재를 가할지, 구제 절차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가 진행중입니다.

  판례 역시 이 논의와 긴밀히 맞물려 있습니다. 대법원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주로 성별 임금차별 사건에서 다루어 왔습니다(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2도3883 판결,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0다101011 판결). 이후 전업과 비전업 시간강사 간 강의료 차등을 무효로 본 판결이 있었고(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이 판례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고용형태 차별과도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또 동일가치 여부를 판단할 때 직무 외에도 학력, 경력, 근속연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도 제시되었습니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62193 판결). 반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규정의 적용을 성차별 사건에 국한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단도 존재합니다(수원지방법원 2025. 3. 27. 선고 2023가합21248 판결).

  즉 법안은 원칙을 일반화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판례는 확장 해석과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입법 과정에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해석의 불확실성을 안은 채 운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3. 사회적 쟁점과 국제적 시사점

  이 원칙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첨예합니다. 경영계는 동일한 직무라 하더라도 숙련도와 책임, 성과에 따라 노동의 가치가 달라지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본다면 성과가 높은 근로자가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또한, 연공급 체계와 충돌하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노사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노동계는 원칙 자체는 환영하지만, 실효성 있는 제재 장치가 빠져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합니다. 특히 사용자 주도의 직무급 도입이 임금 하향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제도가 선언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구제수단과 노동조합의 참여 보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학계와 전문가들 역시 법제화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직무평가제도와 임금공개제도 같은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현장에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평가합니다.

  해외 입법례는 우리 논의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프랑스는 1972년부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노동법에 일반 원칙으로 명문화하고, 기업별 성평등 임금지수 공개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2010년 평등법을 통해 직무 가치가 동등하다면 동일임금을 보장하고, 고용재판소를 통한 구제가 가능합니다. 독일은 파트타임·기간제법과 파견법을 통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동일임금을 보장하며, 일본은 2018년 개정법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정부 가이드라인을 통해 임금 항목별 차등의 합리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한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며, 객관적인 직무평가와 임금 투명성 확보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4. 향후 과제와 전망

  근로기준법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문화하는 것은 노동시장의 공정성과 평등을 강화하는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그러나 법률 조항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급으로 전환하는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며, 객관적이고 투명한 직무평가제도와 임금공개제도의 도입도 뒤따라야 합니다. 또한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 마련되어야 하고, 법 시행 이후에는 동일임금 소송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한 제도적 준비가 요구됩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명문화는 정의롭고 공정한 노동시장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입니다. 다만 기준의 모호성과 임금체계 전환의 난제, 그리고 노사 간 시각 차라는 현실적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법안 설계의 정밀성, 실효성 있는 구제수단, 사회적 합의와 단계적 추진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