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발의안 동향과 쟁점 (2025. 7. ~ 8. 발의 법안)
법무법인 대륙아주 김동주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박서현 변호사
1. 들어가며
최근 정부는 ‘산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산업재해 근절을 위한 전방위적 대응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살기 위해서 갔던 일터가 죽음의 장이 돼서는 안 된다”며 후진적 산재 공화국을 반드시 벗어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오는 9월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종합대책에는 구체적 안전조치에 관한 대책과 함께 산재 발생 기업에 대한 영업정지, 공공입찰 제한, 대출 제한, 과징금 부과 등 고강도의 행정적·경제적 제재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 발맞춰 국회에서도 잇따라 관련 법률안이 발의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2달간 연달아 6건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상임위원회에 계류중인 상황입니다. 아래에서는 최근 발의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분석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 동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 발의안 주요 내용 분석
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지난 8월 황명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대한 일반적 손해배상책임조항을 신설하였으며, 특히 사업주가 ▲ 제58조(유해한 작업의 도급금지), ▲ 제69조(공사기간 단축 및 공법변경 금지), ▲ 제95조(안전검사대상기계 등의 사용금지), ▲ 제117조(유해·위험물질의 제조 등 금지)를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발생한 손해의 3배의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여, 사업주의 일부 법위반에 대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신설하였습니다.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경우 ▲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 위반행위로 인한 피해 규모 ▲ 위반행위로 인하여 사업주가 취득한 경제적 이익을 감안하여 배상액을 정하도록 하여 유연한 법적용을 꾀하였습니다.
위 개정안은 기존 중대재해처벌법 제15조에 규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규정을 일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도 확대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직접 “똑같은 산재 사망 사고가 상습적·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는 것도 검토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대하여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근본적으로 손해를 입은 만큼 배상한다는 손해배상의 기본원리에 반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실무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중대재해처벌법위반에 관하여 인정된 사례 없음)에서 실제 도입시 실효성에 대하여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나. 사업주의 안전보건관리 책임조항 신설
지난 7월 정청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사업주의 안전보건관리 책임’ 조항을 신설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해당 조항은 대표이사로 하여금 사업장의 안전·보건조치에 관한 핵심적인 사항을 사전에 반드시 확인하고 조치토록 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사업주를 처벌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때 사업주가 지켜야 할 안전·보건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관한 조치, ▲ 행정기관의 개선, 시정명령 이행에 관한 조치가 있습니다.
기존의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여야만 (재해와 인과관계가 있는 것을 전제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위 개정안은 실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사실만으로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다. 작업중지권 실효성 강화
산업안전보건법은 작업중지권 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었고, 최근 작업중지권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여러 입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차규근 의원과 정혜경 의원이 각 대표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을 기존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더하여 ‘폭염·한파로 안전과 생명에 위협이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까지 확대하여 작업중지권 적용 범위를 확대하였습니다.
또한 작업중지로 인하여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들지 않도록 사업주와 도급인이 작업중지기간 동안 임금 지급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거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임금 감소분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한편, 김정호 의원 대표발의안에서는 작업중지 또는 대피에 따라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해당 근로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을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명문화하여, 근로자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작업중지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3. 시사점
최근 발의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들은 산업재해의 적극적 예방과 실효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 개정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관리체계구축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도록 한 정청래 의원 발의안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작업중지권 확대 및 면책을 규정한 발의안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재해예방에 대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개정안으로 보입니다.
다만, 산업재해 발생의 근절이 국민적 관심사로서 주목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선 경영 현장에 미칠 부담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경영의 법적 불확실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의 존립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 역시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업주 처벌 규정 확대, 작업중지권 적용 범위 확대, 면책규정 신설 역시 산업재해 예방에 있어서의 실효성 뿐만 아니라, 기업활동의 지속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하여 보다 규범조화적인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