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그룹 이슈리포트 - NEC ECC 표준계약의 특성과 구조
NEC ECC 표준계약의 특성과 구조
법무법인 대륙아주 티모시 디킨스 외국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박재성 외국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김경 외국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이형진 변호사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을 포함한 일부 영연방(Commonwealth) 국가들은 영국 토목학회(Institution of Civil Engineers, ICE)가 1993년에 발간한 New Engineering Contract 표준계약(이하 “NEC 표준계약”)을 사용하여 공공계약을 발주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 컨설팅 엔지니어링 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Consulting Engineers, FIDIC)에서 발간한 국제계약표준조건(이하 “FIDIC”)에 비해 다소 생소하지만, 영국 공공기관, 남아공과 뉴질랜드의 유틸리티 공공기관(전력, 가스, 수도공사 등), 남아공 국영물류기업(Transnet), 홍콩 공공사업 공사, 호주 주정부 등, 영연방국가의 공공사업 입찰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표준건설계약 양식이므로 해당 지역 사업을 하실 경우 접하게 될 수 있습니다.
1. 영국토목학회(ICE) 및 NEC 소개
NEC 표준계약은 명확한 언어와 유연한 구조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프로젝트 관리를 촉진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발주자와 시공사 간의 협력을 강조한다는 점이 장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NEC 표준계약은 영국토목학회(ICE)1에 의해 1993년에 제1판이, 1995년에 제2판이, 2005년에 제3판(NEC3)이,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17년에 제4판(NEC4)이 발간되었습니다. 제4판인 NEC4이 NEC3를 대체하였으나, 남아공 등의 국가에서는 실질적으로 아직까지 NEC3 표준계약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2. NEC3 사용 현황
NEC는 주로 영국, 홍콩 및 남아공 등 영연방 국가의 공공발주 건설시장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그 활용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홍콩은 공공부문 건설, 서비스 및 공급 계약을 위한 표준 계약 양식으로 NEC3을 사용하고 있으며, 남아공 건설산업발전위원회(Construction Industry Development Board), 영국 정부건설위원회(Government Construction Board) 및 내각부(Cabinet Office), 홍콩 개발국(Development Bureau) 역시 NEC3을 채택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NEC3는 특히 2012년 런던 올림픽 및 패럴림픽, 그리고 2019년 페루 리마에서 열린 팬아메리칸 및 패러팬아메리칸 게임의 경기장 및 시설 조달 프로젝트의 계약으로 채택되었습니다. 또한 영국의 히드로 공항 T2 터미널 건설에도 사용되었으며, 그밖에도 320헥타르 규모의 Kai Tak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포함한 홍콩의 각종 인프라 관련 프로젝트, 아랍에미리트의 Al Raha Beach 건설, 남아공 국영 화물 및 물류 기업 Transnet의 동부 케이프 지역 항만 확장 사업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 지난 20년간 수행된 크로스레일 프로젝트를 포함한 모든 주요 교통 인프라 사업에도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NEC4 계약은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건설될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관측소의 설계·건설·운영을 위해 선정되었습니다.
특히 남아공에서는 NEC 표준계약을 남아공 정부기관이 사용할 수 있는 표준계약 양식 네 종류 중 하나로 제공하고 있고 이에 따라 남아공 정부기관과 계약 체결 시 흔히 볼 수 있는 양식입니다. 남아공 Eskom도 이에 따라 NEC 계약을 오랫동안 사용해 왔으며, 따라서 NEC 표준계약에 대한 이해도나 관련 계약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고 경험이 많이 축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NEC3 개요 및 기본 구조
NEC3는 발주사와 시공자 간의 협력을 강조하고, 프로젝트의 필요에 따라 유연한 구성이 가능하며, 복잡하고 어려운 법률용어가 아닌 평이한 언어로 작성된다는 점에서 FIDIC으로 대표되는 종래의 표준계약과 차이를 보입니다. 또한 NEC3는 발주자의 대리인인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를 통한 선제적인 프로젝트 관리를 요구하며, 계약 당사자들이 협의를 거쳐 프로젝트 상의 각종 위험요소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구조를 살펴보았을 때 NEC3는 크게 핵심 계약조항(Core Clauses), 주요 선택사항(Main Option Clause), 분쟁조항의 선택사항(Dispute Resolution), 부수적 선택사항(Secondary Options)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핵심 계약조항은 일반조항(1. General), 시공자의 주요 의무사항(2. The Contractor’s main responsibilities), 공사기한(3. Time), 완공검사 및 하자책임(4. Testing and Defects), 공사대금지급(5. Payment), 보상가능한 사유(6. Compensation events), 소유권(7. Title), 위험부담 및 보험(8. Risks and insurance), 계약해지(9. Termination)라는 9가지 카테고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타 선택사항과 관계없이 필수적으로 계약서에 포함됩니다.
주요 선택 사항(Main Option Clause)에서는 계약 당사자들은 공사대금 책정방식에 따라 Option A부터 F까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며, 하나의 표준계약 내에서 공사대금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또한 NEC3는 목표금액계약 방식(Option C), 비용상환계약방식(Option E), 관리계약방식(Option E) 등 FIDIC보다 더 다양한 형태의 공사대금 방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분쟁해결 방식(Dispute Resolution)은 W1옵션과 W2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는데, W2 옵션은 1996년 제정된 영국 건설법(Housing Grants, Construction and Regeneration Act 1996)이 적용되는 건설 계약의 경우 의무적으로 채택해야 하며, 그 외에는 모두 W1 옵션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해당 건설법 제104조에 따르면, 영국을 구성하는 국가 중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에서 수행되는 공사에만 적용되며, 그 외의 지역에서의 공사에서는 해당 계약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정하였다 하더라도 W2 옵션은 의무가 아니며, 따라서 W1 옵션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W1의 분쟁해결 방식은 분쟁재정위원회(Dispute Adjudication Board, 이하 “DAB”)의 절차를 우선적으로 거친 후, 이에 불복하는 경우 중재 또는 법원 등 별도의 판정부(tribunal)에 제소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어, FIDIC에서 정하는 DAB와 중재(Arbitration)로 이루어진 2단계 분쟁해결 방식과 매우 유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부수적 선택사항(Secondary Options)은 X1부터 X20까지, Y 항목에 3개 그리고 Z로 총 19개의 선택사항이 있으며(X8, X9, X10, X11, X19는 표준에서 사용되지 않음) 이에 대한 내용은 계약 주요정보(Contract Data)에서 규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부수적 선택사항에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공사대금 조정, 조기 완공에 따른 보너스, 지체상금, 성능미달에 따른 손해배상예정액, 시공자의 책임제한 등 여러 다양한 사항이 포함되며, 계약 당사자들은 협의에 따라 이 사항들을 선택적으로 계약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4. FIDIC과의 비교
국제 컨설팅 엔지니어링 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Consulting Engineers, FIDIC)에서 발간한 국제계약표준조건(이하 “FIDIC”)은 국제 건설 시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국제건설계약 표준입니다. 건설 프로젝트에서 설계를 발주자와 시공자 중 누가 담당하는가, 프로젝트 중 발생하는 불확실성 위험을 어느 측에서 부담하는가에 따라 Red Book, Yellow Book, Silver Book 등으로 분류됩니다. FIDIC은 오랜 사용 역사와 함께 개발은행 및 국제 기구가 선호하는 계약방식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다양한 언어로 방대한 문서자료를 보유하여 특히 비영어권 국가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NEC3는 FIDIC과 여러 측면에서 차이를 보이는 표준계약이지만, 계약 당사자들 간의 협력적 관계를 강조하는 점이 특징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FIDIC을 비롯한 종래의 계약표준이 책임과 위험 배분에 중점을 두고 있어 계약 당사자 간에 대립적이고 경쟁적인 관계가 형성되기 쉬운데 반해, NEC3는 발주자와 시공자 간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적 관계를 강조하고, 이를 통해 프로젝트 상의 위험요소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도록 여러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위험 관리 측면에서도 NEC는 FIDIC과 다른 접근방식을 취합니다. NEC는 핵심조항 16조 조기경보(early warning) 조항과 16.2조 위험경감회의(risk reducing meeting) 조항이라는 독특한 장치를 두고 있는데, 이러한 장치를 살펴보면 프로젝트 진행 중에 발생하는 여러 위험요소를 협력을 바탕으로 관리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NEC3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16조에서는, 시공자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매니저 역시 총 공사대금의 증가, 공기 지연, 핵심 일정(key dates) 달성 지연, 공사목적물(works)의 성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사유를 인지하는 즉시 상호 통지하여 조기경보를 제공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핵심조항 16.2조에서는 프로젝트 매니저와 시공자에게 계약 체결 당시 기재한 위험등록부 상 위험이나 조기경보를 통해 파악된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위험경감회의를 소집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은 의무적으로 이 회의소집에 응해야 하며, 서로 협력할 의무를 바탕으로 리스크 경감 방안을 모색 및 검토해야 합니다.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 계약 당사자들은 프로젝트 도중 예상치 못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한편 FIDIC은 8.3조에서 시공자로 하여금 엔지니어에게 공사, 공사대금 또는 공기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를 특정하여 사전 통지를 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며 시공자에게만 요구된다는 점에서 NEC3과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FIDIC은 프로젝트 도중 위험이 감지된 경우 시공자에게 공기 연장 및 추가 공사비를 청구할 권리만을 부여하며, 이는 위험이 실제로 발생한 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발주자가 사전 대응이 어려운 관리적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NEC는 FIDIC에 비해 위험배분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공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공자에게 제공되는 구제의 범위가 FIDIC은 공기연장 또는 공사변경(variation) 등에만 한정된다고 보면, NEC3의 경우에는 보상가능한 사유(compensation event)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시공자는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공기연장 뿐만 아니라 추가공사비도 클레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예외적으로 가혹한 기후조건(exceptionally adverse climate conditions)에 대하여 시공자는 FIDIC에 따르면 공기연장 사유로만 클레임 제기가 가능하나, NEC3에 따르면 공기연장과 추가공사비 청구도 가능할 수 있으며, NEC3의 경우 불가항력의 범위 또한 더 넓고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어 불가항력 사유의 발생 역시 시공자가 공기연장 및 추가공사비와 이윤까지 구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NEC3는 FIDIC에 비해 보다 상세한 일정관리방식 또한 채택하고 있습니다. NEC3와 FIDIC 모두 발주자가 착수일, 준공일, 현장 접근일(Access Dates), 필요시 구역별 준공(Sectional Completion) 일정을 명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공사 지연에 대해 지체상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FIDIC에서는 시공자가 초기 상세일정(Time Programme)을 제공해야 하며, 계획과 실제 공정 간 불일치가 발생하거나 시공자의 의무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이를 갱신하여야 합니다. 이때 일정은 문서화와 계획 수립의 역할을 수행하나, FIDIC 계약 내 다른 조항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반면 NEC3는 초기 일정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갱신을 의무화하여 범위 변경이나 프로젝트 조건 변동이 발생하면 즉시 반영하도록 합니다. 또한 NEC3는 특정 납품물이나 결과물이 특정 시점까지 완료되어야 하는 경우를 위해 핵심 일정(Key Dates)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구역별 준공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에도 이를 활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조기 준공을 장려하기 위해 시공자에게 조기 준공 보너스(Early Completion Bonus)를 지급할 수 있는 옵션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5. 대륙아주 코멘트
상호협동을 기반으로 하는 NEC3 표준계약은 점점 더 많은 건설공사 프로젝트에서 채택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그 특성 때문에 사용이 제한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특히 계약조문이 전통적인 법률가의 영어가 아닌 비법률적 영어로 쓰여져 해석상의 혼선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일반적인 건설계약 형태와는 구조가 매우 상이하다는 점 등이 계약에서 NEC 채택을 고민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프로젝트 금융이 수반되는 건설공사 계약의 경우 시공자가 대부분의 위험부담을 안기 마련이라, 상대적으로 발주자와 시공자와의 공정한 위험배분을 목표로 하는 NEC3는 활용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NEC는 유연한 구조와 계약 관리에 대한 협력적이고 적극적인 접근방식으로 국제 건설공사 시장에서 그 사용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NEC3 표준 계약서를 기반으로 하는 건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발주자, 시공자 간의 지속적인 협력체제가 매우 중요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일반적인 FIDIC 기반 프로젝트 대비 더 높은 수준의 적극적인 프로젝트 관리 역량과 통지 조항에 대한 엄격한 준수 등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유념해야 합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