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팀 이슈리포트 - 2024. 11. 14.자 인천항만공사 중대재해에 관한 대법원 판결 선고 및 향후 시사점
2024. 11. 14.자 인천항만공사 중대재해에 관한 대법원 판결 선고 및 향후 시사점
법무법인 대륙아주 차동언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김영규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송규종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이창욱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권혁태 변호사
1. 서설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이라고 함)은 ‘도급인’을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말한다. 다만, 건설공사발주자는 제외한다.”라고 규정하고(산안법 제2조 제7호), 위와 같이 도급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를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 다만,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는 제외한다.”라고 규정하여(산안법 제2조 제10호),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를 명백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산안법은 건설공사발주자보다 도급인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책임과 처벌을 부여하는데, 특히 건설공사발주자와 달리, 도급인의 경우에는 산안법 제63조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산안법 제167조 제1항).
이처럼 산안법 규정에 비추어 보았을 때,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구별은 그동안 업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였는데, 2024. 11. 14.자 인천항만공사 중대재해에 관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에서 대법원이 처음으로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구별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2. 사실관계
인천항만공사는 항만의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공동수급체(A 주식회사 및 B 주식회사)에 도급하였는데, 2020. 6. 3. 08:15경 갑문 정기보수공사 현장에서, A 주식회사 소속 피재자가 갑문 상ㆍ하부 가이드장치 분리 작업을 위해 갑문 상부에서 윈치를 이용하여 18m 아래 갑문 하부 바닥으로 H빔 등을 내리는 작업을 진행하던 중, 피재자 인근에 있던 윈치프레임이 전도되면서 갑문 아래로 추락하자, 윈치프레임의 컨트롤러 및 H빔에 연결된 가이드 줄을 잡고 있던 피재자도 함께 18m 아래 갑문 바닥으로 추락하여 그 자리에서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입니다.
3. 소송진행의 경과
가. 제1심 법원의 판단(인천지방법원 2023. 6. 7. 선고 2022고단1878 판결)
제1심 법원은 산업법 제2조 제10호에 규정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실상 의미에서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였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규범적으로 평가하여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에 의해 판별해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제1심 법원은, ① 이 사건 재해가 인천항만공사가 직접 관리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점(장소의 관리 주체), ② 이 사건 갑문 정기보수공사는 인천항만공사의 핵심적ㆍ본질적 사업인 점(사업의 성격 및 내용), ③ 인천항만공사는 해당 갑문을 비롯한 8개 갑문에 대하여 매년 정기적으로 보수 공사를 실시하는 점(정기적인 사업), ④ 인천항만공사에 갑문 보수공사로 인한 재해 예방 및 대응을 위하여 재난안전실과 갑문 관리실, 갑문 설비팀 및 운영팀이 조직되어 있는 점(관련 부서 등 조직), ⑤ 인력, 자산규모, 시설규모 면에서 인천항만공사는 이 사건 공사의 실질적 수급인 A 주식회사에 비해 월등히 우월한 지위에 있는 점(관련 인력, 자산규모 및 시설규모) 등을 근거로, 인천항만공사가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인천항만공사 및 그 대표자에게 산안법상 도급인의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산안법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나. 항소심 법원의 판단(인천지방법원 2023. 9. 22. 선고 2023노2261 판결)
항소심 법원은 건설공사발주자의 요소인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는 규범적인 관점에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할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여 제1심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면서도, “산안법의 입법목적과 취지, 문언과 체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해당 건설공사의 시공을 직접 수행할 자격이나 능력이 없이 건설공사를 다른 사업주에게 도급할 수밖에 없는 자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법상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할 뿐 도급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항소심 법원은, ① 이 사건 갑문 정기보수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령에 따라 강구조물공사업 등록을 마친 건설업자만 시공할 수 있는데, 인천항만공사는 강구조물공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건설업자의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국가가 출자한 법인으로서 건설산업기본법령에 따라 건설업 등록을 신청할 수도 없어서 해당 공사의 시공자격을 갖출 가능성도 없는 점, ② 인천항만공사는 갑문 보수공사를 직접 시공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이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반면, 이 사건 공사를 수급한 A 주식회사 등은 규모는 작더라도 강구조물공사업 등록을 마치고 갑문 보수공사를 시공할 수 있는 인력과 전문성을 갖춘 회사였고, 각 시공 과정과 공정, 시공에 필요한 자재 및 운반방법, 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산업재해의 위험성 등에 관하여 인천항만공사는 A 주식회사 등이 가진 정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못한 점, ③ 인천항만공사가 갑문 보수공사를 자체적으로 기획, 설계, 감리하고 소속 직원이 현장에서 공정률을 점검하여 감독하였더라도 이는 본래 건설공사발주자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어서, 이를 두고 시공을 주도한 징표로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인천항만공사가 도급인이 아닌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따라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인천항만공사 및 그 대표자의 산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그러나, 최근 2024. 11. 14.자 인천항만공사 중대재해에 관한 대법원 판결에서, 대법원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사망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와 관련하여 개정 산안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는, ① 도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ㆍ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ㆍ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② 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③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④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그 기준을 설시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① 항만 핵심시설인 갑문의 유지 및 관리는 인천항만공사의 주된 설립 목적 중 하나로, 인천항만공사는 갑문 보수공사의 설계, 시공, 감리 등 준공까지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도면도 직접 작성하였으며, 보수공사 공정률을 매주 점검하면서 수급인의 공정상황을 고려하여 설계도면을 직접 변경한 점, ② 인천항만공사는 갑문 유지보수공사의 시공에 필요한 철강구조물공사업 등록을 하지는 않았으나, 갑문 운영ㆍ관리 및 갑문시설물 유지보수하는 전담부서를 두고 전담직원 등이 정기 점검 등을 수행한 점, ③ 인천항만공사는 자본금이 5조 원에 달하는 거대 공기업인 반면, 수급업체인 A 주식회사는 자본금 10억 원, 상시 근로자수 약 10명에 불과한 소규모 기업이었던 점, ④ 인천항만공사의 위험성평가표에는 사고 이전부터 중량물 취급과 관련된 사고 위험이 지적되어 있었던 점, ⑤ 피재자가 작업하던 사고지점 인근 갑문 상부에 안전난간을 설치하였으나 피재자의 작업장소에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안전대는 사고 당시 안전난간에 고정되어 있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천항만공사는 자신의 사업장에서 진행된 갑문 정기보수공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ㆍ위험 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ㆍ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갑문 정기보수공사에 관한 높은 전문성을 지닌 도급 사업주로서 수급인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인천항만공사가 건설산업기본법령에 따른 건설공사 시공자격 보유와 관계없이 갑문 정기보수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자로서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닌 산안법상 “도급인”의 지위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이에 따라 인천항만공사 및 그 대표자의 산안법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던 항소심을 파기하고 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5. 향후 시사점
위 대법원 판결은 그동안 하급심에서 계속 쟁점이 되어온 산안법상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의미에 대하여 대법원이 규범적인 관점에서 그 구별 기준을 처음으로 명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판결로 사료됩니다. 다만, 위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법 문언의 해석을 넘어선 헌법상 금지된 유추해석 내지 자의적 해석이라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여, 향후 유사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사내 발주(도급) 관계에서는 산안법상 도급인 지위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사업장 주요시설 보수공사 발주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책임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아울러,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를 발주하는 경우, 해당 건설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고 관련 법령에 따라 자격을 갖출 수도 없지만 자신의 핵심적ㆍ본질적 사업을 발주하는 경우 등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른 산안법상 지위(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해석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법률적인 조언을 받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