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분야 이슈리포트 -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 자기주식 보유·처분 공시 규율 강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 자기주식 보유·처분 공시 규율 강화
법무법인 대륙아주 서명은 변호사
1. 개정 배경 및 경과
개정 배경
이번 개정의 배경에는 그동안 자기주식이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합병이나 분할 과정에서 자기주식에도 신주가 배정되면서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인위적으로 확대되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 현상이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고, 이는 일반주주의 이익을 대가로 대주주의 지배력만 강화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장기간 보유하는 관행이 주당순이익 개선이나 배당 확대와 같은 주주환원 효과를 반감시켜, 한국 증시가 실적 대비 저평가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원인으로도 거론되어 왔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거버넌스 투명성을 높여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의 실효성을 뒷받침하고자, 자기주식 취득 후 소각을 원칙으로 하는 방향으로 상법을 개정하게 되었습니다.
개정 개요
지난 3. 6.부터 시행 중인 제3차 상법 개정을 계기로, 자기주식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종전에는 자기주식을 회사가 보유하는 하나의 자산으로 취급해 비교적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었다면, 개정 상법(제341조의4, 제343조)은 자기주식 취득을 사실상 '자본의 환급'으로 재구성하여 원칙적으로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못박았습니다. 소각 여부를 다시 주주총회에서 논의할 필요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절차도 간소화되었는데, 이는 소각을 예외가 아닌 기본값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상법 개정 취지를 자본시장법령에도 반영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고, 2026. 6. 23. 국무회의에서 관련 개정안이 최종 의결되어 같은 달 30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주요 내용을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 주요 개정 내용
- 공시 대상 확대
자기주식 관련 공시의무의 적용대상이 크게 넓어졌습니다. 종전에는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을 보유한 회사만 공시 의무를 부담했으나, 개정 이후에는 이러한 수량 기준이 폐지되어 자기주식을 한 주라도 보유한 모든 상장법인이 보유 현황, 보유 목적, 취득·소각 및 처분계획 등을 담은 자기주식보고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아울러 연 2회 이행 현황을 공시하도록 하여, 애초에 세운 계획과 실제 처리 내역 사이에 괴리가 없는지를 시장이 상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 우회적 활용 수단 금지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사채, 즉 교환사채(EB)의 발행이 금지되었습니다. 그동안 일부 회사가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사실상 자기주식을 장기간 보유·활용하며 소각 부담을 회피해왔는데, 개정 상법에서 이러한 방식이 원천 차단됨에 따라 시행령상의 관련 근거 규정도 함께 삭제되었습니다. 아울러 자기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상환사채 발행 역시 금지되고, 자기주식에 질권을 설정하거나 합병·분할 과정에서 자기주식에 신주를 배정하는 것도 전면 금지됩니다(상법 제341조의3, 제530조의13). 그동안 교환사채나 질권 설정은 소각 부담 없이 자기주식을 장기간 보유·활용할 수 있는 사실상의 우회로로 활용되어 왔는데, 이번 개정으로 이러한 경로들이 함께 정리된 셈입니다.
- 신탁을 통한 운용 제한
신탁계약을 이용한 자기주식 운용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신탁기간 중에는 자기주식을 처분할 수 없고, 신탁계약이 종료되면 해당 주식은 회사로 반환되어야 합니다. 이로써 신탁을 매개로 소각의무를 우회하던 경로 역시 막히게 되었습니다.
- 처분기한 산정방식 변경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한 자기주식의 처분기한 산정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종전의 획일적 기준 대신 주주총회 승인을 받은 보유·처분계획상의 보유기간에 따르되, 그 기간은 5년을 넘을 수 없도록 하였고 소각 역시 처분의 한 유형으로 취급됩니다.
- 장내 처분방식 재편
장내에서의 자기주식 처분 방식이 재편되었습니다. 거래소 정규시장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통상적인 시장매도 방식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으며, 앞으로는 모든 주주에게 지분율대로 배분하는 균등처분이나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와 같이 상대방이 특정되는 방식으로만 처분이 가능합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매도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조치로 보입니다.
- 공시서식 정비
사업보고서상 공시서식도 함께 정비되어, 자기주식 소각기한, 보유·처분계획의 승인 내용, 최초 취득 목적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요구됩니다.
- 예외적 보유가 허용되는 사유
소각을 미루고 자기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 있는 예외 사유도 법률상 한정적으로 열거되어 있습니다. ① 주주에게 지분 비율대로 나누어주는 주주비례 처분, ② 임직원에 대한 성과 보상, ③ 우리사주제도 운영, ④ 합병·분할 등 법령상 불가피하게 활용해야 하는 경우, ⑤ 그 밖에 회사가 정관에 구체적으로 밝힌 경영상 목적이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상법 제341조의4). 다섯 번째 사유인 경영상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보유하려면 정관에 그 사유를 미리 명시해두어야 하고 주주총회 특별결의까지 거쳐야 하므로, 다른 네 가지 사유에 비해 문턱이 훨씬 높습니다.
3. 적용 범위 -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이번 개정 내용은 적용대상 법인의 범위에 따라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주식을 취득일로부터 1년 내 소각하도록 한 상법상 원칙은 상장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주식회사에 적용됩니다. 반면 이번에 강화된 자기주식보고서 작성·공시 의무는 자본시장법령에 근거한 것으로, 그 적용대상이 주권상장법인으로 한정됩니다. 즉 비상장회사는 자기주식 취득 후 1년 내 소각 원칙이나 보유·처분계획 수립 및 주주총회 승인 절차는 상장회사와 동일하게 적용받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른 공시서식 작성이나 사업보고서 기재 강화와 같은 절차적 의무는 부담하지 않습니다.
4. 실무 대응 방안
이번 개정으로 상장회사들은 자기주식과 관련한 공시·운용 실무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 공시체계 구축
그동안 발행주식총수 1% 미만의 자기주식만을 보유해 공시의무에서 벗어나 있던 회사들도 이제는 별도의 공시 체계를 새로 갖추어야 합니다. 자기주식보고서의 작성과 연 2회 이행 현황 공시를 위한 내부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담당 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 위반 시 제재 수준
공시 내용의 정확성 관리가 한층 중요해졌습니다. 계획과 실제 처리 결과에 사후적으로 차이가 발생한 것만으로 곧바로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주식보고서에 사실과 다르게 적거나 중요한 사항을 빠뜨리면 일평균거래금액의 10%(최대 20억원 수준)에 이르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허위 기재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보고서 자체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과 같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정정명령, 증권 발행 제한, 임원 해임 권고, 관리종목 지정 등 행정조치로 이어질 수 있어 상장폐지 위험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므로, 공시 실무를 담당하는 부서와 법무팀이 미리 손발을 맞춰두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 경과규정에 따른 일정 관리
소각·처분 일정에 관한 경과조치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2026. 3. 6. 이전에 취득한 자기주식은 원칙적으로 1년 6개월 이내인 2027. 9. 5.까지 소각하거나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하며(외국인 지분제한 업종은 3년까지 유예),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늦어도 5년 이내에 처분 또는 소각을 마쳐야 합니다. 보유 중인 자기주식의 취득 경위와 시기를 재정리하여 대응 일정표를 마련해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정관 정비 및 내부통제 체계 정비
정관 정비도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다섯 가지 예외 사유 가운데 경영상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계속 보유하고자 하는 회사는 그 구체적 사유를 정관에 명시하고 주주총회 특별결의까지 받아야 하며, 이를 갖추지 않을 경우 담당 이사가 개인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거나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담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자기주식 운용과 관련한 내부 통제 체계도 함께 손봐야 합니다. 보유·처분계획이 변경되면 지체 없이 정정공시를 해야 하고, 처분 시점이나 방식에 관한 미공개 정보가 특정 부서나 인원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정보 차단벽(Chinese Wall)을 운영하는 등 컴플라이언스 라인의 역할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 자금조달 전략 전환
자금조달 수단의 재설계도 불가피합니다. 그간 자기주식을 활용한 교환사채·상환사채 발행이나 신탁을 통한 유연한 운용이 막히면서, 회사채·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대체 수단을 검토할 필요가 커졌습니다. 아울러 장내에서 자기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회사는 종전의 시장매도 대신 균등처분이나 시간외대량매매를 전제로 처분 시기와 방식을 새롭게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