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송무그룹 이슈리포트 - 「민법」 일부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민법」 일부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법무법인 대륙아주 정성태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김석진 변호사
1. 「민법」 일부개정안 입법예고의 배경
2025. 2. 7. 법무부에서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법무부공고 제2025-35호)를 실시하였습니다.
법무부에서는 국민생활과 경제활동의 기본법인 「민법」이 1958년 제정된 이후 67년 동안 전면 개정 없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어 와 변화된 사회·경제·문화적 현실 및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하면서,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법률행위·채무불이행·담보책임 등 일반 계약법 규정들을 대상으로 하여, “국민이 쉽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민법”을 만들기 위한 개정을 수행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금번 일부개정안 입법예고의 이유로 제시하였습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① 확립된 법리의 성문화(기존의 판례·학설·실무·비교법적 상황을 고려하여, 민법에 필요한 내용을 성문화하여 반영) ② 기존 법리의 개선(실무상 허용되어 왔거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개선이 필요한 제도, 법적 성격의 모호성으로 쉽게 활용하기 어려웠던 제도 등을 발굴하여 보완) ③ 기타 새로운 규정의 도입 등이 반영되었는 바, 세부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2. 「민법」 일부개정안의 주요 내용
가. 의사능력 관련 규정의 신설 및 정비(안 제3조의2 및 제748조 제3항)
의사표시가 유효하기 위해 의사표시자에게 의사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의사무능력자의 현존이익 반환의무에 관한 판례의 법리를 반영하여 제한능력자와 함께 부당이득에 규정하였습니다.
나. 법률행위 해석에 관한 규정 신설(안 제106조)
현행 제106조는 법률행위 해석의 기준 중 하나로 “사실인 관습”을 제시하고 있었으므로, 판례와 학설이 일반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주관적 해석(자연적 해석)”, “객관적 해석(규범적 해석)” 등 법원칙을 실정화하여 민법이 법률행위의 일반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다. 착오에 관한 규정의 확충(안 제109조)
현행 제109조는 취소할 수 있는 착오의 구체적인 요건을 특정하지 아니하고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을 것만을 정하고 있었으므로, 실무상 취소가 허용되어 온 기초착오, 상대방이 유발한 착오를 명문 규정에 반영하는 등 판례와 학설을 통해 논의되어 온 착오 취소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어떠한 경우에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지 명확히 하고,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의사표시자의 착오를 인식하였거나 중과실로 인식하지 못한 때에는 의사표시자가 착오 취소를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라. 부당한 간섭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 인정(안 제110조의2)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인 자가 특정인에게 심리적으로 강하게 의존하고 있거나 그와 긴밀한 신뢰관계에 있는 경우 그 영향으로 사기나 강박 등 직접적 영향력의 행사 없이도 본인에게 불리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으므로, 부당위압 법리를 도입하여 부당한 간섭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마. 자기계약·쌍방대리에 관한 규정 보완(안 제124조)
현행 제124조는 자기계약·쌍방대리 금지의 예외로 “채무의 이행”만을 규정하고 있으나, 자기계약·쌍방대리인 대리행위라도 본인의 이익에 반하지 않으면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던 학설과 판례를 반영하여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 역시 유효한 것으로 규정하였습니다.
바. 외화채권의 경우 채권자의 급부대용권 확인(안 제378조)
외화채권에서 채무자 외에 채권자도 급부대용권을 가진다는 판례를 성문화하고, 환율의 기준 시점을 명확히 규정하였습니다.
사. 법정이율에서 변동이율제의 도입(안 제379조)
현행 민법과 상법은 고정된 법정이율을 규정하고 있는데, 경제 사정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법정이율을 고정하는 것은 채권관계 당사자의 이익을 적절하게 고려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으므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반영하여 금리, 물가 등 경제사정의 변화에 따라 법정이율을 변경하는 변동이율제를 도입하였습니다.
아. 이행청구권에 관한 규정 신설(안 제387조)
채권의 기본적 효력으로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것은 우리 민법이 당연히 전제하고 있는 명제로서, 명문 규정을 통해 채권자의 이행청구권을 실정화하였습니다.
자. 손해배상의 방법으로 예외적 원상회복 허용(안 제394조)
현행 민법은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금전으로 하여야 하고(제394조), 불법행위로 인한 명예훼손의 경우 예외적으로 법원이 금전배상에 갈음하거나 금전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제764조), 명예훼손 외에도 금전배상만으로 손해가 충분히 전보될 수 없는 경우가 있으므로, 원상회복에 의한 배상 규정을 손해배상에 관한 일반법인 채무불이행 규정에 두어 금전배상 외의 원상회복 청구를 일반적으로 인정하였습니다.
차. 전보배상 및 해제 사유에 관한 규정의 정비(안 제395조 및 제544조)
현행 민법에 의하면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채권자는 계약을 유지하면서 전보배상을 청구하거나(제395조, 제390조), 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과 함께 그 외의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제551조 등), 어느 방법에 의하든 채권자의 배상 이익은 기본적으로 동일합니다. 또한 현행 민법은 전보배상이나 해제를 위하여 원칙적으로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를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양자를 통일적으로 규율하고 있으나, 예외적으로 최고가 필요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양자의 규정이 일치하지 않아, 판례와 학설을 반영하여 이행불능, 확정적·종국적 이행거절, 채권자의 이익을 상실시키는 또는 계약목적을 좌절시키는 불이행의 경우 등 전보배상과 해제에서 최고가 필요 없는 사유를 통일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카. 지출 비용의 배상에 관한 규정 신설(안 제395조의2)
기존 판례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이행이익 손해배상에 갈음하여 인정하던 “지출 비용(신뢰이익)의 배상”을 실정화하여, 이행이익 대신 지출한 비용을 입증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간이하게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타. 과실상계에서 손해경감의무 확인(안 제396조)
손해의 발생뿐만 아니라 손해의 확대에 채권자의 과실이 기여한 경우(이른바 “손해경감의무” 위반)에도 과실상계가 이루어진다는 판례와 통설을 명문 규정에 반영하였습니다.
파. 금전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 규정 정비(안 제397조)
현행 제397조는 금전채무 불이행의 손해배상액은 법정이율에 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약정이율이 있으면 그 약정이율에 의하도록 하고 있으나, 판례는 약정이율이 법정이율보다 낮은 경우에는 법정이율에 의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실무상 확립된 법리를 조문에 반영하고, 금전채무의 불이행이 채무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경우 법정이율을 초과하는 손해의 배상을 허용하였습니다.
하. 위약벌의 감액 가능성 명시(안 제398조)
현행 ‘배상액의 예정’ 조항을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포괄하는 ‘위약금’ 조항으로 변경하여 위약벌에 대하여도 감액이 가능하도록 하고, 판례의 태도를 반영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는 경우 이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채무불이행이 유책하여야 하되, 손해 발생은 원칙적으로 요구되지 않고, 추가적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규정하였습니다.
거. 대상청구권에 관한 규정 신설(안 제399조의2)
종래 판례와 통설이 이행불능의 효과로 인정하여 온 “대상청구권(代償請求權)”에 관한 명문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너. 계약 성립에 관한 규정 정비(안 제529조 이하)
청약은 원칙적으로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하되, 청약자가 승낙기간을 정하였거나 청약을 철회하지 아니하겠다고 표시한 경우 또는 청약이 철회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상대방에게 있는 경우 청약을 철회할 수 없도록 하고, 승낙에 대해서도 도달주의가 적용되는 것을 명확히 규정하며, 민법에 대화자 사이의 청약의 효력에 관한 근거를 마련하고, 승낙으로 인해 청약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지 아니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유효한 승낙으로서 계약이 성립함을 규정하였습니다.
더. 원시적 불능 법리의 폐지(안 제535조)
글로벌 스탠더드를 반영하여 원시적 불능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도 유효한 것으로 규정하고, 채권자가 일반적인 계약 법리에 따라 이행이익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러. 불안의 항변권에 관한 규정 정비(안 제536조 제2항)
실무를 반영하여 이른바 ‘불안의 항변권’을 인정하게 하는 사유에 계약 성립 후 발생한 사유(후발적 사유) 외에 계약 성립 전에 있었던 사유(원시적 사유)도 포함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머. 사정변경을 이유로 하는 계약 수정 및 해제 규정 신설(안 제538조의2)
판례로 인정되어 온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의 해제·해지 법리를 명문화하면서 다수 해외 입법례와 국제 규범 등에서 수용된 계약 수정 청구권을 함께 반영하여,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었고, 당사자가 계약 성립 당시 이를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해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때에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해 계약의 수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계약의 수정이 불가하거나 당사자에게 기대될 수 없는 경우에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버. 제3자를 위한 계약에 관한 규정 보완(안 제539조 제2, 3항 및 제542조의2)
제3자를 위한 계약에서 제3자는 장래에 특정될 수 있고, 제3자의 수익의 의사표시가 있어도 계약 당사자 사이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는 확립된 해석을 실정화하고, 학설과 판례를 반영하여 제3자를 위한 계약 관련 규정을 이행청구권 외의 다른 권리를 취득하거나 의무를 면하는 경우에 준용하도록 하였습니다.
서. 계속적 계약의 해지에 관한 일반 규정 신설(안 제546조)
계속적 계약의 해지는 실무상 빈번하게 사용되는 법리임에도 현행 민법은 이에 관한 일반 규정 없이 개별적인 계약에서 해지권을 정하는 규정만 두고 있음. 이에 판례 등을 통해 확립된 법리를 반영하여, 계약 불이행으로 인하여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을 유지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계속적 계약에서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당사자 일방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기도록 하였습니다.
어. 해제의 효과에 관한 규정 정비(안 제548조 이하)
현행 민법은 계약 해제의 효과로서 금전을 반환할 경우 받은 때부터 그 이자를 붙여 반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금전이 아닌 물건을 반환할 때 또는 원물반환이 불가능한 경우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에 판례와 학설을 반영하여 원상회복으로 물건을 반환하여야 할 경우 그로부터 수취한 과실도 반환하도록 하고, 원물반환이 불능인 경우 가액을 반환하도록 하였습니다.
저. 담보책임 규정의 전면적인 계약책임화(안 제569조 이하, 제667조 이하 및 제674조의6 이하)
현행 민법상 담보책임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학설과 판례는 담보책임이 계약책임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았으나 민법은 일반 책임 규정과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규율을 두고 있어 이론적 혼란이 있었고, 이에 학설, 판례 및 글로벌 스탠더드를 반영하여 매수인이 권리나 물건에 하자가 있는 경우 일반 채무불이행 규정 및 일반 해제 규정에 의하도록 하면서 일정 부분 특칙을 두어 담보책임의 독자성을 해소하고 일반 채무불이행 책임의 체계에 따라 매수인의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현행 담보책임 규정에 대하여는 그 체계가 복잡하고 요건이 불명확하여 일반 국민은 물론 법률가들도 쉽게 활용하기 어렵고, 구제수단이 충분하지 않으며, 권리행사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평가가 있으므로, 하자를 “권리의 하자”와 “물건의 하자”로만 나누고 구제수단별로 조문을 구성하여 규정을 단순화·합리화하고, 하자의 정의 규정을 두며, 국제적 경향에 발맞추어 추완이행청구권을 매수인의 원칙적 구제수단으로 도입하고 대금감액청구권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며 현행 민법의 도급계약과 여행계약에서 규정되어 있었던 것과 같이 대금감액청구권은 추완이행 청구와 무관하게 바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매수인의 구제수단을 확충하고, 권리행사기간을 재조정하여 물건의 하자를 이유로 하는 책임에 대해서만 권리행사기간의 제한을 존속시키고, 그 기간은 매수인이 하자 있음을 안 날부터 1년으로 하였습니다.
3. 시사점
과거에도 민법 전면 개정을 위한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2004년과 2013년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일부 조항만 수정된 채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반면 이번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은 의사능력과 관련된 민법 총칙 규정에서부터 시작하여 담보책임 등 재산법 전반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주제를 규율하고 있고, 민법 개정위원회 양창수 위원장이 “연내 국회 통과를 기대한다”고 밝히기까지 한 만큼, 법조계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번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 동안 판례 및 실무 관행으로만 존재하여 오던 각종 법리가 성문화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정 재정립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