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산업안전에 관한 제도적 개선은 꾸준히 이어져왔습니다.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면 개정과 고객응대 근로자에 관한 보호법 시행,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시행,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국가차원의 법제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2022년 기준 사고사망만인율은 0.43‱으로 주요 선진국(OECD)의 평균 사고사망만인율이 0.29‱인 것과 비교하면 아직도 중대재해 발생 수준은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이에 법적 제도화를 넘어선 안전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고 발전하게 하는 ‘안전문화’를 사업장에서 확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안전문화’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산업안전과 관련된 조직문화의 하위체계로서 작업장 안전과 관련하여 조직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기본 가정을 의미합니다.4 안전문화가 재해율을 낮추는 안전 성과에 대해 실질적인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국내외 연구결과는 계속해서 축적되어 온 만큼, 사업장별로 안전성과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안전문화 진단이 선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안전문화 확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배경 요인을 소개한 뒤 이에 대한 노사협력방안과 시사점을 논하도록 하겠습니다.5
2. 안전문화 확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배경요인
(1) Top-Down 방식의 일방적 소통
안전보건공단이 실시한 2021년 안전문화 조사결과에서 사업장의 안전제도와 경영진의 안전의식 점수는 상대적으로 높으나 개인 근로자들의 안전 수칙 준수 및 개인보호구 착용의 점수가 낮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업과 현장의 분리된 안전의식 현실을 나타냅니다.
안전에 관한 의사소통이 일방적 활동으로 형성된다면, 경영진의 안전 목표에도 불구하고 현장 근로자들의 실제 안전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일방적 규제에 대한 반발로 인해 안전 동기부여가 저하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2) 종사자들의 안전주체성 부족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안전문화 분석툴 중에 하나인 NOSACQ-50는 안전관리 권한부여(empowerment)를 안전풍토(안전문화)의 정(+)의 요소로 고려하고 있는 만큼, 근로자들이 안전문화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안전문화를 진단해보면, 현장의 근로자들은 안전제도 중 하나로 관리 받아야할 객체로 인식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즉, 이는 근로자 개개인이 현장의 동료 근로자와 이미 형성된 관행을 무시하고, 주도적인 행동을 보여주기 어려운 안전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 산업안전 이해관계자의 범위 축소
산업안전보건법 및 관련 지침에 따르면 도급인과 수급인을 구성원으로 하는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고, 중대대해처벌법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최소화하여 책임 범위를 축소하려는 시도가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특히 안전문화 조성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이루지 않으면 그 효과를 얻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업안전에 관한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보다 확대하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3. 안전문화 향상을 위한 노사협력 방안
안전문화 향상을 위해서는 노사 모두 주체가 되어 건전한 산업안전환경을 구축하여야 합니다. 대표적인 방안으로 ▲ 안전 문화 참여 유도 채널(channel) 확장, ▲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개발을 통한 실효성, ▲ 안전협의체 확대 활용을 통한 원청 노사의 하도급 사업장 지원 정책, ▲ 안전문화 인식개선을 위한 안전관련 각 차원의 근로자대표 교육 지원사업 개발, ▲ 사고 후 노사공동 사고조사보고서 작성 관행화 등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안전문화 향상을 위한 방안들 중 실제적으로 효과적인 솔루션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례를 축적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4. 시사점
최근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제1호 판결에서 산업안전제도 미비뿐만 아니라 건설근로자들 사이에서 만연했던 안전 난간의 인위적 철거 등 관행 또한 중대재해로 이어진 원인 중 하나로 파악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에서 볼 수 있듯이 종사자들의 낮은 안전인식은 중대산업재해 발생에 영향을 끼칩니다. 또한 연이어 선고된 판결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사고를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한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견지에서 만들어졌다.”고 밝히며, 안전에 대한 조직문화 조성을 강조했습니다.
종사자들의 안전문화 인식 수준을 정확히 진단하고, 진단 결과를 토대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운영 및 개선해 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안전한 근무환경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조직문화 진단 및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컨설팅 경험이 풍부한 미래노사경영연구소와 함께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로드맵을 그려 나가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인사노무팀 김보훈 변호사는 노동전문 변호사로서 한국도로공사 및 고용노동부 행정사무관으로 근무하며 노동 관련 업무 및 정책에 참여하였으며, 최근 임금피크제 소송(2020가단147938 사건)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음.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인사노무팀 강민지 노무사는 해고·차별시정, 임금체불·불법파견 사건과 다수의 HR·ER 컨설팅 등을 담당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조직문화 및 ESG경영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음.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인사노무팀 박소은 노무사는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산업재해 사건과 직장 내 괴롭힘 조사 등을 담당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제도 점검과 인권경영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음.
이선희·이진·김주은, “안전문화 길라잡이 1”, 안전보건공단(2021), 제9쪽.
정흥준∙권오성∙박인호, “노사 참여를 통한 안전문화 확산방안”, 안전보건공단(2022. 9.)